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삶과 믿음] 가장 좋은 것으로

오래전에 아이티 고아원에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식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고 아이티에서 사역하는 어느 선교사가 글을 올렸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그냥 노래하고 말하면 되지 무슨 스피커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충전해서 사용하는 포터블 스피커를 열 개 고아원에 공급했고, 여러 해 동안 고아원에서는 그 스피커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우리가 고아원 아이들에게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인다고 했을 때 그 선교사가 자기는 밥을 직접 해서 먹인다며, 그게 다 밥 장사하는 사람들 배만 불리는 것이라고 했다. 왜 고아원 아이들은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먹으면 안 되는지, 그걸로 돈을 번들 얼마나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인지, 그 밥장사는 돈 벌면 안 되는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고, 요즘도 우리는 아이들을 센터로 초청해서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아이들과 나누고 있다. 그 선교사는 우리가 빈곤 포르노에 의지해 후원자를 선동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고아들을 향한 동정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으로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지금은 운송이 어려워져 중단하고 있지만, 몇 년 동안 고아원에 새 옷을 일일이 세트로 포장해서 나이별 성별을 구분하여 보내주는 분도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헌 옷도 보냈는데 옷을 모을 때, 그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잘 개서 가져다주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후원자는 자기 아이와 똑같이 자기가 후원하는 아이의 학용품과 옷가지를 챙기기도 한다. 우리가 쓰고 누리는 것을 우리와 똑같이 아이티 고아들이 다 누릴 수는 없겠지만, 아주 작은 일부라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아이티니까, 고아니까, 적당히 해주고, 아무거나 주어도 된다는 발상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리도 실수했다. 무엇이든지 귀한 곳이니, 뭘 줘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질보다 양이 우선이어서 특별히 좋은 것보다는 무엇이든 많이 나누려고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티 고아들도 좋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식량을 공급할 때 쌀과 식용유만 지원하지 않는다. 콩과 생선 통조림도 공급하고, 설탕과 화장실 휴지와 빨랫비누도 공급한다.   아이티는 지금 전쟁터 같은 처지이다. 10월 들어 많은 마을이 갱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이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나고 있다. 경찰서가 공격받고, 경찰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낮이고 밤이고 총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력한 마음으로 아이티의 평화를 위해, 고아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여전히 고아들에게 전할 좋은 것을 찾고 있다. 공포와 혼돈의 땅이 되어 바깥출입조차 불안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라고, 잘 먹고 잘 배우자고 등 두드려주고 싶다.   물론 우리에게는 자원의 한계라는 형편이 있으니, 그 형편 안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나누고 섬기려 애쓰고 있다. 예수님을 대접하는 심정으로 설렁탕을 끓인다는 어느 식당 주인처럼, 우리도 예수님께서 받으시고 잘했다고 애썼다고 고마워하실 만한 먹거리, 학용품, 의복 등을 고민한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보면, 고아도 하나님의 자녀이므로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아이티 고아원 동안 고아원 고아원 아이들

2024-10-24

[삶과 믿음] 우리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꿈꾸며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2010년 이후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러브고아원의 원장 사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 출신이다. 처음에는 두세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여덟 명을 아주 작은 집에서 돌보았다. 아이들을 정성으로 돌보다가 두 해쯤 지나서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고아원은 맞은 편에 있는 마당이 아주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얼마 후 러브고아원은 마당에 임시 건물을 세우고 학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아원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곧 동네 아이들을 저렴한 학비를 받으며 학생으로 받았다. 우리는 열심히 식량을 나르고, 필요한 학용품을 공급하고, 휴대용 스피커와 시청각 교재 등 여러 가지 학교 용품을 지원했다. 그와 동시에 사라 원장은 남편과 함께 여러 외국기관을 찾아 연결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학교를 확장하고, 아이들을 돌보았다. 언제 가보아도 아이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고, 조금씩 학년을 구분하면서 반을 늘린 학교는 일반 학교와 다름없이 잘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아이들을 열심히 돌보고, 학교를 잘 운영하는 러브고아원을 더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하나다. ‘매우 잘하고 있어서’이다. 캐나다의 한 기관에서 학교 건물을 크게 지어주기로 했고, 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자립에 가까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이다.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열심히 식량을 공급하고 고아원과 학교가 필요한 물품들을 나름대로 부지런히 공급하면서 우리는 사라 원장의 부모가 되었고, 사라는 우리의 딸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제 그 여력을 다른 고아원에 쏟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사라 원장을 다시 만났을 때, 정말 펄펄 뛰며 반가워하던 그녀는 코로나 이후에 매우 힘들어졌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하면서도 여전히 씩씩했다.   고아원은 자립할 수가 없다. 한때 고아원에서 염소를 키워보기도 하고, 닭을 치기도 했고, 망고나무라도 심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낸 것이 없었다. 고아원은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비록 아직도 외부의 도움을 일부 받고 있고 우리도 극히 일부의 식량을 다시 돕고 있지만, 사라 원장은 우리 도움이 없어도 될 만큼 열심히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끊은 이유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배웠다. 세상에는 필요한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없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예수님은 성도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심으로 아이티를 위하여 우리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아이티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기를 늘 꿈꾸고 있다.     한국이 많은 외국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다가,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듯이, 아이티도 다른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고아들의 배고픔을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고아들의 앞날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안전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에게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나라 고아들 한때 고아원 고아원 아이들

2024-09-26

[삶과 믿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이티에서 고아 구호 사역을 16년째 하는 우리 단체의 표어는 ‘신나는 심부름’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일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한다. 고아들의 식량을 공급하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분명 신나는 일이지만, 이 심부름은 끝이 없다. 먹는 일은 멈출 수 없고, 배우는 일도 중단할 수가 없다. 나라가 고아들이 살아가기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고아들을 돕는 일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그 끝이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다.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일이지만 16년을 먹이고 가르쳤으면 뭔가 이룬 것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그저 살아왔고, 아이들이 컸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어른이 되었고, 어떤 아이는 직업을 가지고 우리를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잊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살길을 못 찾아 고아원으로 되돌아간 아이도 있고, 고아원을 나갔다가 미혼모가 되어 다시 돌아온 아이들도 있다. 어쩌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우리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만나 추억을 더듬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고아들을 먹이고 돌보는 일이 쓸데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결과를 받아 들고 자랑스러워하거나, 커다란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아이티에서는 여전히 갱단의 횡포가 수그러들지 않고, 유엔 경찰이 들어와 치안을 돕고 있는데도 지난 몇 주간 갱단 때문에 또 많은 희생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로 코로나 이후 고아원을 직접 방문한 것이 거의 4년쯤 되어간다. 대신 갱단이 좀 조용할 때 우리는 고아원 아이들을 불러 선교센터에서 도시락을 나누고, 건강검진도 하며 만난다. 그렇게 몇 년 혹은 몇 개월 만에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눈에 띄게 자란 것을 보게 된다. 변변찮은 식사지만, 넉넉하지 않아 굶기도 하고 아껴 먹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자란다. 학교에 가는 날만큼 못 가는 날도 많지만, 아이들은 글씨를 읽고, 이름을 쓰고, 숫자를 세며 자란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며 우리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물론 이 일은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 같아서 끝이 없기에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가난 때문에 하나님께 불평하기도 하고, 언제나 모자라는 식량 때문에 애를 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늘 맑은 눈과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만나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계속 도울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한다.   사랑은 넘치고 흘러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죄인을 사랑하셔서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죄인을 구원하셨다. 오직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절대로 맞교환의 가치를 계산할 수 없는 아들과 죄인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고, 아들을 내어주고 죄인을 하나님의 자녀라 부르게 했다. 이렇듯 사랑은 머뭇거리지 않고, 조건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랑이 넘친다고 덜어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랑은 낭비하는 것이다. 낭비처럼 여겨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쏟아붓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랑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고, 이렇게 멈추지 않는 사랑 안에서 아이들이 꿈을 꾸며 자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밑 빠진 독에서 콩나물이 자라듯 아이들이 자라 세상을 변하게 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고아원 아이들 우리 사랑 고아 구호

2024-08-0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